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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우리 밴드 "사랑의 트위스트" 들어볼래예 ♬

수영구노인복지관 | 2013-03-16 | 조회수 : 5236
- 6월 공연 앞두고 12곡 준비
- 매주 한번 강사 지도 받고도
- 단원들 따로 만나 연습 열정
- 평균 연령 70대, 최고령 74세
- "모든 스트레스 밴드서 해소"

지난 8일 오후 4시께 부산 수영구노인복지관 4층 강당에서 실버밴드 "비상"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매주 금요일은 오후 3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강사의 지도로 채워진다. 그리고 단원들은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따로 만나 보충 연습시간을 가진다. 이날은 오는 6월에 있을 연주회를 위해 12개가량의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시간이었다. 그날 2013년 실버밴드 "비상" 단원을 뽑기 위한 오디션도 있었다. 신시사이저, 베이스기타, 보컬, 전자 드럼, 일렉트릭기타로 구성된 밴드는 신 나게 연주와 노래로 강당을 채웠다.

■ 나이는 숫자일 뿐

평균 연령 70대. 가장 나이가 많은 단원은 1939년생으로 74세다. 그렇지만 이들의 얼굴은 열정으로 상기돼 있었다. 드럼을 맡은 양귀례(74·수영구 망미동) 할머니는 2011년 3월 창단된 "비상"의 창단 멤버다. 양 할머니는 "이전에 스포츠댄스를 10년간 하다가 70살이 되면서 다 정리하고 집에서 쉬었다. 그러다 보니 또 심심해져 새로 시작하게 된 게 전자 드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실용음악학원에서 드럼을 한 달간 배우다가 힘들어서 할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복지관의 오디션이 있었다. 오디션을 통과하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며 연신 메트로놈을 만졌다. 드럼은 양팔과 다리를 모두 써야 하므로 체력 소모가 많은 편이다. 연주할 때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양 할머니는 "드럼 스틱을 신 나게 두드리다 보니 팔에 힘이 붙고 근육이 생겼다. 건강에도 좋고 마음도 항상 즐거우니 더 바랄 게 없다"며 드럼 스틱을 놓지 않았다.

연주는 드럼 주자인 양 할머니의 구령으로 시작됐다. "자, 하나 둘 시작!". 노래는 설운도의 "사랑의 트위스트"였다. 드럼, 신시사이저, 베이스기타, 전자기타가 갈수록 빨라지며 불협화음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어느 프로 연주자들보다 진지하게 자신의 파트를 연주했다.

양 할머니와 동갑인 이기우(74·수영구 수영동) 할아버지는 사위에게 베이스 기타 개인 교습도 받았다. 사위가 장인에게 베이스기타를 연주해 볼 것을 추천한 것이 오디션에 응시하게 된 동기였다. 이 할아버지는 "베이스기타는 묵직한 저음의 남성적 소리가 마음에 든다. 초반에는 손가락에 물집도 잡히고 꽤 고생했지만 지금은 연주하는 것 자체가 정말 즐겁다"고 했다.

이 할아버지는 "도시철도를 타거나 걸을 때 나도 모르게 베이스기타의 운지법을 연습하게 된다. 손가락을 자꾸 많이 움직이게 돼 뇌 자극에 좋고 건강에도 좋다"며 베이스기타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밴드 활동뿐 아니라 퇴직하기 전부터 아마추어 화가로 활동하던 전력을 살려 부산시립미술관 전문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 연습만이 살길

신시사이저를 맡는 조미라(67·부산 해운대구 우동) 할머니는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조 할머니는 "집에 건반을 누르면 내려가서 올라오지도 않는 30년이 넘는 피아노가 있다. 그걸 조율해 집에서도 최대한 연습하려고 한다"고 했다. 복지관에 와서도 혼자 신시사이저를 가져다가 치고 또 쳐보며 밴드에 누가 될까 걱정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조금 손가락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보컬로 활동하는 손옥순(67·수영구 남천동) 할머니는 조미라 할머니와 오카리나반 동기다. 손 할머니는 "창단할 때 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혔다. 본래 노래를 좋아해 빠르고 경쾌한 노래를 주로 소화한다. 내가 즐거우니까 모든 스트레스를 밴드 활동으로 없앤다. 그러기 위해 내 레퍼토리를 완벽하게 소화하려고 온 힘을 다한다"며 즐거워했다.

1시간가량의 연습이 끝나자 박선미 강사는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베사메 무초"는 빼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며 "다들 초보 아니시니 연습하셔서 잘하실 거라 믿습니다"고 용기를 북돋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박 강사는 "어르신들이 가르쳐 드리는 대로 하려고 애쓰시는 모습도 정말 멋있다"며 칭찬했다.


# "비상" 단장 남염호 할아버지

- "친구·친지 앞에서 펼친 광안리 공연 가장 좋았죠"
- 2011년 3월 창단, 멤버 총 9명
- 후원자 도움받아 간신히 악기 마련
- "매주 연습 나오니 자기관리 신경"


  

실버밴드 "비상"은 2011년 3월 창단해 그해 5월 오디션을 보고 멤버들을 선발했다. 현재 베이스기타 2명, 보컬 2명, 신시사이저 2명, 드럼 2명, 일렉트릭기타 1명 등 총 9명이다. 복지관이나 요양병원 등지에 공연 봉사를 다니기도 하며, 지난해는 광안리 해변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안병욱 복지사는 "창단 후 악기를 사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악기를 기증받으려고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결국 실패했고, 후원자분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장만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안 복지사는 "프로 연주생활을 하셨던 분들이 노년에 밴드를 결성할 수는 있지만, 우리처럼 아마추어들이 처음부터 배워서 실버밴드를 만드는 예는 무척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어르신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감동적일 때가 많다. 취미인데도 개인연습이나 단체연습 등을 얼마나 열심히 하시는지…. 정말 멋있다"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밴드의 단장은 남염호(68·부산 수영구 광안1동) 할아버지가 맡고 있다. 남 할아버지는 "2007년 교직을 정년퇴직한 뒤 여러 가지 일이나 취미 등을 해봤다. 그러다 2011년 실버밴드 단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오디션에 참여해 보컬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광안리 해변에서 친척, 친구들을 모두 초대해 공연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되돌아봤다. 남 할아버지는 "많은 격려와 박수를 받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취미든, 일이든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게 있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도 유지하고 생활의 활력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주 연습하러 나오면서 옷매무새 등 자기관리에도 신경을 쓰게 되니 모두 좋은 일뿐"이라며 다른 노인에게도 규칙적인 취미활동을 가질 것을 권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2013-03-12 / 국제신문 22면

[기사링크]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700&key=20130313.2202219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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