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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Week & Joy - 젊은 밴드활동, 나이 잊게하고 삶에 활력

수영구노인복지관 | 2012-03-09 | 조회수 : 4502
젊은 밴드활동, 나이 잊게하고 삶에 활력

2012년 3월 8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어느덧 일상이 된 오늘이지만, 아직 나이의 한계가 느껴지는 분야가 많다. 특히 "밴드" 하면 젊은이 음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부산에 어르신들로 구성된 "실버 밴드"가 있다. 통기타가 아니라 전자 기타를 연주하고 드럼을 두드린다. 그 나이에 어떻게 밴드를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수영구노인복지관의 실버 밴드 "비상"을 만났다.

비상은 보컬 손옥순(76), 남영호(68), 기타 허창조(73), 베이스 이기우(73), 조영숙(73), 드럼 양귀례(73), 키보드 조미라(66), 윤정애(66)로 이뤄진 밴드. 지난해 3월 오디션을 거쳐 약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실버 밴드가 만들어진 데에는 안병욱 사회복지사 역할이 컸다. 대학에서 밴드로 활동하면서 베이스를 연주했던 그는 함께 음악을 하며 재미와 보람, 성취를 느꼈단다. 복지사가 된 이후에는 자신이 느꼈던 즐거움과 성취감을 어르신들도 느껴봤으면 하는 마음에 제안하게 됐다.

모두 전에 밴드 활동을 한 적은 없지만, 음악에 관한 관심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이들을 밴드로 이끌었다. 조미라 씨는 "친구들과 함께 오카리나를 배우다가 다음에는 다 같이 밴드 한번 해보자 얘기한 게 진짜로 하게 됐다"며 웃었다. 양귀례 씨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싶어서 밴드에 도전했다"며 "다들 그렇게 생각했는지 우리 세대에 생소한 드럼이 뜻밖에 경쟁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실버 밴드가 생기자 주위의 이목을 끈 것은 당연. 지난해 4월에는 어르신들의 건강, 일자리, 취미, 봉사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EBS 프로그램 "신나는 인생 5678"에 출연하기도 했다. 몇몇 멤버들은 "아침 마당"에도 출연했단다. 이렇게 유명세를 타다가 6월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지난 8월 광안리 너울마당에서 한 첫 공연은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이기우 씨는 "얼굴 훤히 다 보이는 벌건 대낮에, 그것도 사람이 가장 많은 여름 광안리에서 공연했다"며 껄껄 웃었다. 난생처음 앙코르 요청도 받았다.

"비상"의 18번은 "개똥벌레", "아파트", "화개장터"다. 나중에 실력이 더 늘면 "부산 갈매기"뿐만 아니라 "베사메 무초", 페기 리의 "자니 기타" 같은 곡까지 연주해보고 싶단다. 하지만 멋모르고 시작할 때와 달리, 연습이 거듭될수록 연주는 어려워졌다. 조영숙 씨는 "처음에는 자기 악기만 연주하느라 몰랐는데 귀가 뚫리니까 다른 악기 소리도 귀에 들어오고, 부족한 점도 들린다"며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고 부담된다"고 전했다.

열악한 환경은 모든 밴드의 숙명인 듯 "비상"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실버 밴드는 복지관에서 지원하니까 인디 밴드보다 낫지 않을까 했는데 오산이었다. 따로 정해진 연습실이 없어 강당이 비는 시간에 주로 연습해야 했다. 빈 교실에서 연습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옆 교실에서 서예나 컴퓨터 수업을 하면 소음 때문에 교실을 옮겨야 했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일부 어르신은 연습을 위해 4층에서 악기를 꺼내 1층 이·미용실에서 연습했다. 악기 구매 등 초기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안병욱 사회복지사가 네이버 해피빈 모금에서 일정 금액을 기부 받고 자체 예산을 보태 해결했다.

이런 현실도 이들의 열정은 꺾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한노인회 부산시연합회가 주최한 제2회 부산실버종합예술제에서 동상을 받았다. 올해는 대상을 노리고 도전할 생각이다. 또 10월에 열리는 "40계단축제"에 "40계단"이란 곡을 연습해 나갈 계획이란다.

밴드 활동은 이들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허창조 씨는 "예전에는 자식들이 내가 혼자 있는 동안 뭘 할지 걱정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내가 먼저 기타 줄을 잡고 연습하고 있으니까 오히려 신기해하고 좋아한다"고 전했다. 윤정애 씨도 "전에는 그날이 그날 같았는데 이제는 하루하루 악센트를 찍는 것 같다"며 "밴드를 하면서 나이 먹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좋다"고 전했다.

밴드를 통해 많은 것을 받았으니 이제 이들은 많은 것을 베풀고 싶단다. 손옥순 씨는 "나이를 먹고도 우리가 밴드를 하는 모습이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즐거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요양병원 등에서 초청 공연이 많이 들어오는데 실력을 더 키워서 열심히 공연 봉사를 할 생각이란다. 이를 위해 이달 말 베이스와 보컬, 키보드를 각 1명씩 추가 모집할 예정이다.

나이를 뛰어넘은 실버 밴드 "비상"의 비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글·사진=박진숙 기자 tr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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